김양 험담.

분류없음 | 2009/08/17 06:41 | idealbug
김양. 별다방에 있단다. 나 별다방이야.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온다. 약속시간이 지금인데 왜 거기냐 물으니 김유신의 심정으로 말의 목을 치겠단다. 워워워, 진정해. 네가 자결하는 꼴을 보기는 싫다. 그렇게 말하니 우리의 김양, 깔깔깔 웃는다.


잠시 기다리니 김양이 음료를 들고 버스정류장으로 나왔다. 뭘 마시는가? 하니 외계어를 댄다. 뭘 듣긴 들었는데 뭘 마신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. 그게 어느 별 언어냐? 대번에 이런 촌놈 하고 타박이 돌아왔다. 아이고 엄니, 당신 아들이 음료수 한 컵 이름을 못 알아들어서 촌놈 소릴 들었심더. 뭔가 분한 마음이 들어 김양을 노려보았다.


"이런 된장."


김양의 눈에 쌍심지가 돋았다. 이거 안 비싸. 그리고 된장질 하려고 가는 거 아냐. 돈 값을 한단 말야. 맛있어. 마셔 보지도 않았으면 말을 마. 별다방 가면 다 된장이니? 흥이다. 여기서 잠깐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. 너도 술집에서 양주도 먹고 그러잖아. 뭐가 달라 그거랑? 게다가 너도 직장인이면, 내가 몰라서 그렇지 온갖 해괴한 술집에도 다 갔겠지? 지는 그러면서 커피 한 잔 때문에 그러냐?  여기서 한번 더 음료수로 목을…, 축일랬는데 다 마셨나보다. 혀로 날름날름 컵을 핥더니 다시 날 노려본다. 이건 기호품이야 기호품. 내 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내가 즐긴다는데 왜 니들이 난리야, 난리는. 그리고….


"어, 버스 왔다."


마침 정류장에 다가오는 버스가 날 구원했다. 잠시 동안은 김양의 속사포공격을 피할 수 있을 듯했다.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가운데, 김양은 별다방 음료 빈 컵을 버스정류장 의자에 올려놓고서 그대로 버스에 올라타 버렸다. 빈 컵 옆으로 그와 닮은 빈 컵 넷이 나란히 서 있었다. 바람이 불어 컵들이 와르르 쓰러졌다. 개중 하나는 빈 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. 정류장 의자가 흥건해졌다.









알록달록 어엿쁜 컵들이 버스정류장 의자에 줄지어 선 모습을 보면 참 아주 귀여워 죽겠다. 특히 뚜껑은 동글동글 빨대 꽂혔고, 꽃무늬 입힌 투명 컵. 어느 정류장에든 하나씩은 버려져 있단 말이지. 그리고 여러분, 최소한 내용물은 다 처먹고 버립시다.